닥터칼럼

민간요법에 대하여 (2011.12)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7 10:49
조회
4155

민간 요법에 대하여


 

 

전문적인 약리효과나 검증 없이 몸에 좋다는 믿음을 가지고 널리 퍼져 사용되는 민간요법 약재들, 예를 들면 상황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 산삼 등 영약으로 일컬어지며 고가로 거래되는 약재들의 진실과 오해에 대해 전문의를 통해 알아본다.




전에 알던 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친척 한분이 뇌에 종양이 생겼대요. 상황버섯이 암에 좋다던데 정말 그런가요? 어떻게 먹어야 되는 거죠?”

“상황버섯이 항암효과가 있다고 확인되었지만 그것만으로 암을 낫게 할 정도는 아닌 것 같아요. 꾸준히 끓여서 드시게 하면 효과는 있겠지만 반드시 병원치료를 받도록 하세요.”

 

건강과 장수에 대한 관심, 즉 ‘無病長壽(무병장수)’에 대한 관심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요사이 TV나 각종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 심심찮게 보이는, 거의 모든 프로그램에 양념처럼 등장하는 민간요법에 대한 환상들이 널리 퍼져있는 요즈음에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또 그 실체는 무엇인지 잠깐 엿보기로 하자.

 

1980년대로 기억하는데, M 방송국에서 전국에 퍼져있는 민간요법들을 수집해서 책으로 발간한 적이 있다. 전국에서 우편으로 수집된 것들을 전문가의 검토를 거쳐, 효과를 인정할 만하다고 판단되는 것들을 실었다. 필자의 집에도 한권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거기에 나오는 방법들은 정말 다양하다. 비법처럼 전해왔다라고 얘기되는 것도 있었고, 그냥 잘 나았다라고 적힌 것도 있었다.

 

민간요법이란 무엇인가?

 

민간요법이란 민간에서 내려오던 치료법이라는 뜻이다. 즉 한의원이나 병원에서 사용되는 치료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의학이 생성되기 전의 원시적이고 경험적인 치료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치료효과는 있는 것으로 보이나 아직 의학적 해석이나 검증이 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어떤 것들이 있는가?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것들은 채소류나 육류 및 해산물, 그리고 한약재인 경우가 많은데, 주위에서 구하기 쉬운 것들과 구하기는 쉽지만 가공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 그리고 희귀하여 구하기 어렵고 고가인 것들이 있다.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것들은 공장에서 복잡한 공정을 거쳐서 생산되는 양약과 달리 천연물이 대부분인지라, 역시 천연물이 대부분인 한약재와 구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매체에서 소개되는 대부분의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것들은 한의학 서적에 기재된 한약재라는 뜻이다.

다만 한의원에서 잘 사용되지 않는 방법들이나 단편적인 방법들이 민간요법처럼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뭐가 문제인가?

 

첫 번째 문제는 효과의 검증과 안전성이다.

한 방법이 의학에 사용되기 위해서는 효과가 항상 적정하게 있어야만 하고 손상이나 부작용이 허용치 이하여야 한다. 그래야 보편적으로 질병이나 증상을 가진 사람들에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민간요법은 아직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못한 것이다. 막연하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약을 먹거나 방법을 적용시키는 것은 안전하지 못하다.

게다가 신중하게 사용되어야만 하는 약물이라면, 상황이 적절하지 못한 때에는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두 번째 문제는 진단의 문제이다.

약(藥)은 병(病)에 맞게 써야만 한다. 병에 맞지 않는 약은 문제를 일으킨다.

숙취에 좋다는 헛개나무 열매는 동물실험으로 간(肝)보호 기능이 있다는 것이 발표되었다. 한의학 서적에도 간(肝), 대장(大腸), 위(胃), 신장(腎臟)에 좋다고 나와 있고, ‘본초강목(本草綱目)’ 등의 책에서는 술로 인한 독(毒)을 해소시킨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그 성질이 차기 때문에 간(肝)에 열(熱)이 있지 않고 냉(冷)한 기운이 있는 사람이 복용하면 오히려 더 나빠진다. 열이 있는지 냉한 기운이 있는지를 가린 다음에 써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당뇨, 고혈압, 암 등등의 질병에 대한 이름은 서양의학적인 병명(病名)이라서 한의학적인 병명(病名)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비슷하지만 아닐 수도 있는 상황에서 약을 사용한다는 것은 거의 복불복(福不福)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효과를 보는 사람도 있고, 더 나빠지는 사람도 생기는 것이다.

 

사용하면 안 되는가?

 

이 부분이 미묘하다. 쉽게 말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현재 많은 한의학 연구소나 다른 여러 분야의 연구소에서 민간요법으로 사용되는 약재에 대한 실험과 검증을 하고 있다.

효과가 있고, 언제나 같은 효과를 내고, 사용하기 안전하다면 사용 못할 이유가 없다.

다만 부작용이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느 상황에 얼마만큼 사용해야 되는가를 판단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이다.

검증을 거친 여러 약재들은 이미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고가의 약재가 효과가 더 좋은 것인가?

 

요것도 쉽게 그렇다 아니다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가격은 희귀할수록 높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을 때 비싸지는 것이지 효능에 따라 그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비싸다고 반드시 효과가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상황버섯, 영지버섯, 동충하초, 산삼 등도 마찬가지이다. 그 효능이 실험적으로나 경험적으로 증명이 되었고, 한약재로 사용되는 것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약이란 필요한 곳에 사용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

물론 그 약이 아니면 안 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저렴하고 더 손쉽고 더 적합한 방법이 있을 지도 모르는데, 굳이 구하기 어렵고 진짜를 사기도 어려운 약재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한약재는 농산물(즉 음식)과의 경계가 애매하다. 그러니 시장에서나 인터넷에서 한약재를 구하기 쉽다. 파는 사람도 많다.

효과나 효능을 ‘뻥’치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니 아프고 불편한 사람은 유혹되기 쉽다.

현재의 대다수 한의원에서는 ‘약용(藥用)’으로 되어있는 한약재만 사용하도록 되어있다. 약용으로 처리되어 밀봉포장을 하고 그 이력(履歷)을 표시해놓는다.

그러나 한의학계에 몸담지 않은 사람들에게,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고 판매되는 식용품과의 구별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결국 어느 약재(식품)로 어느 방법을 사용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환자의 몫이 된다.

 

한 사람의 한의사로서 이 상황이 속상하고 미안할 따름이다.

경희보명한의원 | 대표자: 이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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