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

보약 좀 먹어 볼까요? (2011.09)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7 10:25
조회
4142

보약(補藥) 좀 먹어볼까요?


 

 

▶ “이달에 보너스도 탔는데, 보약이나 좀 먹어볼까하는데요.”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에게서 쉽게 듣는 말이다. 그냥 몸에 좋다니 한번쯤 먹어볼까 한단다. 까짓 열심히 살아왔는데, 나도 보약쯤은 먹을 자격이 있지 않겠느냐는 식이다.

 

보약이란 뭘까? ‘밥이 보약’, ‘운동이 보약’, ‘잠이 보약’ 등등 보약이란 말이 참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그 의미를 알고 사용하는지 ‘보약 덕에 밥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간혹 궁금하다.

보약(補藥)이란 인체의 기혈(氣血) 음양(陰陽)을 보익(補益)하고 장부(臟腑)의 기능을 개선하며 체질의 증강(增强)과 질병(疾病)에 대한 저항력(抵抗力)을 향상시켜 모든 허증(虛症)을 치료하는 약물을 말한다.

뭔가를 치료하는 약물이라는 뜻이다.

한방에서는 질병을 치료함에 있어 나쁜 것(흔히 사기(邪氣)라고 말한다.)을 몰아내는 방법으로 땀내고, 토하고, 배변시키고, 흩뜨리고, 따뜻하게 하고, 식히고, 더하고, 빼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보(補)란 그 중 하나이다.

먼저 허(虛)하다는 말을 이해해야 하는데, 부족해졌다는 뜻이다. 실질적인 피, 근육, 뼈 등의 양이 줄었다는 뜻 뿐 아니라, 기능적인 활성도 줄어들었다는 의미이다.

허해지면 몸의 활력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저하되는 증상을 먼저 보이고, 그 다음 점점 복잡해지는 상황으로 나아가게 된다.

그렇게 부족해지는 경우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이상의 방법이 없는데, 이 방법이 보(補)인 것이다.

 

▶ “우리 아들도 같이 먹어도 되죠?”

 

사람은 성별, 연령, 직업, 그리고 그 사람의 역사와 그 사람이 처한 복잡한 상황에 따라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한 사람 한 사람 허한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떤 부분이 허한지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부족한 걸 채워주지 않겠는가.

이 과정이 바로 ‘진단’이다.

그래서 한방적인 검사를 하고, 맥을 짚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비로소 그 사람에게 맞는 약이 조제되는 것이다.

그러니 다른 사람에게는 별무소용일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좋지 않은 경과를 보일 수 있게 된다.

 

▶ “여름에는 땀으로 나가서 보약을 먹어봐야 소용없다면서요?”

 

위에서도 말했듯이 보약도 약(藥)이다. 그러니 기분이 내킨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먹어보는 것일 수 없다.

흔히 한약을 보약과 치료약으로 나누는 경우를 보는데, 이 또한 틀린 말이다.

 

약은 아플 때 먹는 것이 원칙이다. 보약은 허해지면 그것을 보충해서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려 먹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허하다면 지금 약을 복용하는 것이 맞는 것이지 더 허해질지 아닐지도 모르면서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땀이 나는 것은 내부의 기운을 외부와 소통시키는 과정의 하나이다. 땀이 많이 나는 것은 체온이 높던지, 주변의 온도가 높던지, 아니면 땀의 배출을 조절하는 기능이 힘을 잃어서 발생한다.

그런데, 스테이크를 먹으면 땀으로 스테이크가 나가고, 된장국을 먹으면 땀으로 된장국이 흐르던가.

오히려 땀이 많이 배출됨으로써 부족해지는 체액이나 기능의 피로를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 여름과 겨울이 오히려 보약이 더 필요한 시기인 것이다.

보약을 봄가을로 권했던 이유는, 봄에 미리 여름을 대비하고, 가을에 미리 겨울을 대비하라는 의미이지 여름에 약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이 아니었다.

힘들 때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 “왜 한의원에 가면 대개 보약 먹으라는 소리를 하죠?”

 

지금은 과거 농업 집약적 경제 구조였던 것 보다 육체적인 노동이 평균적으로 많이 줄어들어 허한 사람도 줄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예전보다 훨씬 더 복잡한 환경에서 복잡한 작업들을 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피로도가 많이 늘었고, 그에 따른 체력적인 저하가 많다.

물론 병원에 앉아있으니 만나는 사람마다 몸이 좋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지만, 90년대와 비교해보더라도 허한 사람들이 줄지는 않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한의원을 찾는 사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허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진단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보하는 방법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특히나 노년이 되면 피부, 모발, 치아, 근육, 골격, 내부 장기까지 모두 서서히 그 기능이 약해진다. 그래서 발생되는 여러 증상들을 치료하려니 보(補)하는 약물들을 처방에 넣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보약을 먹으면 살이 찔까봐 겁나요.”

 

몇 년 전 TV에서 한 여성이 공개된 자신의 어릴 때 사진이 뚱뚱해 보이는 이유가 ‘한약을 잘못 먹어서’라고 말한 걸 보고 황당했던 적이 있다.

일단 뭐든 잘못 먹으면 안 좋은 현상이 발생한다.

‘왜 약을 잘못 먹었지? 좀 잘 먹지 그랬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약으로 살이 찌지는 않는다.

살이 찌는 것은 당연히 음식 때문이다.

지치고 힘들어 하던 몸의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니, 밥맛이 좋아지는 경우가 왕왕 생기는데, 그럴 때 음식에 대한 조절을 못하기 때문에 살이 찐다.

다이어트로 유명한 한 한방병원에서는 체중을 줄이는 약에 항상 보하는 약물을 같이 넣는다. 그 이유는 식사량의 조절 때문에 기력이 약해지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란다.

 

▶ “이 약을 먹으면 아이 키가 클까요?”

 

성장한다는 것은 피부, 눈, 코, 입, 모발, 팔다리, 손발 등 외부적인 키만 크는 것이 아니라 오장육부 등 내장기능의 범위도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성장기 아이들은 성장하는 데에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게 기력이 허해진다.

아이들에게 보약을 먹이는 방법은 다른 질병이 없다는 전제 하에 연령에 따라 1년에 1회 내지 2회를 기본으로 한다.

복용량은 연령에 맞추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만 3세의 어린이는 3첩을 1년에 1회 내지는 2회 정도 복용토록 하는 것을 권장한다.

아이들이 보약을 먹으면 당연히 키가 큰다. 크는 때이니 뭘 먹어도 키가 큰다.

굳이 보약을 먹이는 의미는 식물에 물을 주느냐, 거름을 주느냐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식물 역시 물만 줘도 자라지만, 거름을 주면 튼실하게 잘 자라지 않는가.

 

▶ “한약은 몇 개월 지나봐야 효과를 알 수 있지 않나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 지금 감기에 걸린 사람이 한약으로 감기 치료를 하면 몇 개월 뒤에나 낫는다는 얘기인가.

보약의 효과도 당연히 복용하면서 나타난다. 다만 복용하는 사람의 허한 정도에 따라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정도인지 아닌지가 있는 것이고, 민감한 정도에 따라 효과를 느끼는 시점에 차이가 좀 있을 뿐이다.

먹으면 먹은 티가 나는 것이다.

 

경희보명한의원 | 대표자: 이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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