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

살빼기 (2011.05)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7 10:01
조회
3748

살빼기


 

“살을 빼주세요, 살을 빼야만 해요.”

 

앉자마자 같이 온 엄마가 던진 한마디였다.

아무리 봐도 날씬하게 생겼고 몸매도 균형지게 생겼다. 기록을 보니 고3의 여학생으로 키 162cm에 체중 46kg이다.

이 정도라면 체질량지수(BMI)가 17.5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저체중이다.

그냥 마른 몸매도 아니고 굴곡도 예쁘다. 그리고 예쁜 얼굴이다. 흠잡을 데가 없다.

체중을 줄인다는 것은 일단 과체중이 되어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습관이 좋지 않든지, 신진대사에 문제가 있든지 하는 원인으로 골격과 기력을 벗어나는 체중을 지니고 있을 때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다.

더구나 고3이라면 바람결에 날리는 머리카락의 힘이라도 아껴서 공부에 매진해야 되는 시기 아닌가.

 

체중이 늘어 살을 빼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을 찾고 있다. 남녀의 구분이 없어진 것은 오래되었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정말 살이 많은 사람도 있고, 부어있는 사람도 있다. 체형이 망가진 사람도 있고 아직은 망가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

 

사람의 몸은 자신의 능력에 맞춰서 활동의 양과 몸의 규모를 조절한다. 그 능력이 한방에서 흔히 말하는 기(氣)다.

살이 찌는(체중이 과다하게 증진하는) 것은 그러한 몸의 조절 능력에 문제가 생김으로 축적하고 사용하고 배설하는 일련의 과정, 즉 신진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한방에서 추구하는 체중조절의 큰 원칙은 오장육부(五臟六腑)의 기능을 조화롭게 함으로써 불필요하게 축적되어있는 지방이나 살을 ‘정리’하는 것이다.

즉 건강하지 못한 상태를 회복시켜서 건강한 체중으로 조절하고 유지토록 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kg 수를 줄이고 체지방의 함량을 낮추는 데에만 목적이나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몸의 상황 자체를 정상적이고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체중이 적절해지는 것이 같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한의원에서 내려지는 처방도 사람의 상황에 따라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실지로 필자의 한의원에서 체중을 조절했던 사람들의 경우 대다수가 소화기에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고, 심(心), 폐(肺), 신(腎) 등이 좋지 않았던 사람들이 꽤 되었다.

또한 체중조절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이다.

식습관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정해진 때가 아닌 시간에 음식을 먹는 것, 밤늦게 먹는 것(이 경우는 물도 포함된다.)과, 차게 먹는 것이다.

생활습관에서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 수면 시간, 노동과 운동과 휴식의 정도가 문제가 된다.

여기서 말하는 휴식이란 ‘빈둥거리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물론 무조건 체중을 줄게 하는 약물도 있다. 하지만 건강을 먼저 생각해야한다는 사명감 비스무레한 것 때문에, 한창 공부를 해야 할 나이의 청소년에게 그 방법을 권할 수는 없다고 생각되었다.

 

장황한 설명 끝에,

“ 건강을 해치는 방법을 권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차라리 수능 뒤에 체중조절을 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엄마도 아이도 막무가내다. 그저 빼야만 한단다. 너무도 절실하게 말한다.

 

“발레를 하는데 대학을 가려면 살을 더 빼야 해요.”

 

아차, 그거였구나.

봄부터 있는 각종 발표회나 대회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심사위원으로 나오는 각 대학 교수들의 눈에 드는 것이 유리하므로 올 일 년 내내 더 마른 체형을 유지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그 애타는 마음도 모르고 원칙입네 하고 답답한 소리를 해댔으니 얼마나 섭섭했을까.

그렇다면 일단 건강은 좀 나중에 생각하면서 체중을 줄여놓는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체중을 줄여주고, 나빠진 건강은 대학에 합격을 하던지 하고서 보충을 하면 되지 않을까. 이제라도 그 마음과 사정을 알았으니 한 번 해보자고 다시 말할까.

하지만 나름대로 멋진 척하면서, 좋은 의사인 척 하면서 안 된다고 말을 해놓았으니 …….

너무 몰인정하다는 표정으로 진료실 문을 나서던 모녀의 모습이 쉽게 잊힐 것 같지 않다.

 

한 가지 더!

체중의 변화가 너무 급격하게 진행되면 내부 장기와 인체의 명령체계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발생된다. 변해버린 체중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체중조절을 위해서는 적당한 만큼(대개 1개월 당 본인 체중의 5% 이내)을 목표로 꾸준하게 진행시키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 체질량지수(BMI) :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수. 비만의 정도를 가늠하는데 사용된다. 20~24 정도가 정상체중으로 보고 있다. 반드시 체지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경희보명한의원 | 대표자: 이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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