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

어느 할머님의 이야기 (2011.03)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6 22:00
조회
4032

어느 할머님의 이야기


 

“그저 빨리 가야하는데...”

진료실 의자에 앉자마자 긴 한숨과 함께 처음 던지신 말씀이었다.

“아파도, 애들 걱정할까봐 말도 잘 못하겠고...”

“자꾸 아파서 자식들 부담만 주고... ”

“어째 빨리 죽지도 않아요.”

.......................

이쯤 되면 의사는 할 말이 없게 된다.

 

한의원의 특성 때문인지 노인 환자분들이 많이 찾으신다.

그분들이 호소하시는 증상들의 대부분은 ‘노환(老患)’이 원인이다.

 

사람은 열 달 동안 어머니의 뱃속에서 어머니의 양분을 탯줄을 통해 공급받으며 자라고, 힘든 고통의 시간을 지나 탄생한다. 평균적으로 남자는 16세에, 여자는 14세에 2차 성징을 나타내며 자손을 생산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한다. 그리고 20대 중반까지 성장을 계속하다가, 그 후 성인으로서 경제 활동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50세가 되면 노화가 시작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는 이를

“50세에 간기(肝氣)가 쇠(衰)하고 …… 눈이 어두워지며, 60세에 심기(心氣)가 쇠(衰)하고 우수(憂愁)가 많으며 …… 눕기를 좋아하고, 70세에 비기(脾氣)가 허(虛)하므로 피부가 마르며, 80세에 폐기(肺氣)가 쇠(衰)하고 혼백(魂魄)이 떠나므로 오언(誤言)이 많으며, 90세에 신기(腎氣)가 마르고 ……, 100세에 오장(五臟)이 다 허(虛)하며 신기(神氣)가 가고 형해(形骸)만 남으니 종년(終年)이 되는 법이다.”라고 영추(靈樞)의 말을 인용해 놓았다.

노화(老化)란 혈기(血氣)가 마르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나무가 오래되면 나무속의 물이 말라 건조해지고, 푸석푸석해지고, 오그라드는 등의 변화가 생기는 것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근육도, 뼈도, 관절도 약해지고 건조해져서 통증이 잘 생기고, 쥐도 잘나고, 저린 증상도 잘 발생하는 것이고 또한 빨리 낫지도 않는다. 게다가 육체적인 힘이 모자라서 행동이 마음같이 되지 않으니 마음마저 약해지고 힘들어지게 된다.

두뇌(頭腦)도 말라간다.

 

노환이란 노화가 원인이 되어서 생기는 병(病)을 통틀어서 말함이다.

젊어서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도록 수고한 사람일수록 더 빨리 더 많이 오게 된다.

 

젊어서는 많은 일을 해도 끄떡없었단다.

젊어서 그렇게 많은 술을 마시고, 끝없이 방종한 생활을 했어도 말짱했단다.

그런 사람들에게서 노환이 빨리 오는 것은 마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어 쓰는 것과 같아서, 아무리 많은 돈이 들어있었어도 낭비하는 사람의 주머니가 빨리 비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노환을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보(補)하는 것이다.

비었으니 채우는 것이다.

비록 빨리 채워지지 못하더라도 조금씩이나마 채워가는 것이, 아니면 최소한 더 비워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상책(上策)이다.

젊어서 말 그대로 ‘날아다닐’ 정도로 몸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었으니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허망하게 느껴질까.

경제적인 부담을 자식들에게 안겨주어야 하는 상황이 어찌 속상하지 않으랴.

거기에다가, 자식들에게 하소연을 해야만 하는 처지가 이런 이야기를 나오게 했으리라.

 

진료를 마치고 치료실로 향하면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어서 나아서 씩씩하고 건강해지세요.

그러면 자식들이 걱정할 일이 줄어드는 거고, 돈들 일도 줄어드는 거잖아요.”

 

경희보명한의원 | 대표자: 이금호
Add. 경기 부천시 원미구 부일로 753, 로하스타워 3층
Tel. 032.351.2800 /Fax. 032.351.2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