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

알레르기에 대하여 (2000년 흥농종묘 사보)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6 11:15
조회
3038

알레르기에 대하여...


 

군에서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한 할머니가 손자를 데리고 찾아오셔서는,

"이눔이 글씨 아르레기가 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아이의 피부는 벌겋게 되어 있는데다가 우둘투둘하고 혹 진물이 나서 딱지가 앉기도 했다.

이리저리 물어보니 아들 내외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할머니가 아이를 돌본단다.

아이가 참을성이 없어 보이고 고집이 무척이나 세어보여 혹시 제왕절개로 태어난 것이 아니냐고 했더니 맞댄다.

알레르기라는 것은 독일식 발음으로 Allergy 라고 쓰고 영어식으로는 알러지 라고 읽는다.

사람의 몸은 외부의 병균이 침입하는 것을 꺼린다. 따라서 외부에서 들어오려는 적대세력에 대한 방어체계가 구축되어있는데, 이 방어체계가 바로 면역기능이다. 눈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인간의 주위에도 수 많은 병균들이 있는데, 이것들이 몸 안으로 들어와 작용을 시작하여 정상적인 인간의 시스템을 파괴하는 것이 곧 질병의 시작이다.

이것이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어가다가는 몸은 수 많은 병균들의 침범으로 곧 점령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이때에 [독수리 오형제]처럼 등장하는 것이 면역기능이다.

그러나 사람마다 몸 안의 상황이 다르고, 면역기능 또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조건에 노출되더라도 병에 걸리는 사람이 있고 병에 걸리지 않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알레르기는 이러한 면역기능이 항진되어 발생한다. 이 부분에서 혼동하기 쉬운 것은, 면역기능이 항진되면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왕성해지는 것이 아니라 항진되는 것이다.

말장난 같지만 항진된다는 것은 기능이 필요 이상으로 발휘된다는 뜻이다. 예민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치 누군가 집 안을 기웃거리기만 해도 어마어마한 규모의 경찰병력이 출동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것은 몸 안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자신이 없으므로 과잉방어를 하는 것이다. 병균도 아닌 것이 몸에 접촉만 하여도 면역기능이 우르르 몰려나가서 한바탕 싸움을 벌이는 것이니, 그 싸움판을 몸이 견디기 힘들게 된다.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이겠는가. 이것이 알레르기이다.

즉 병균이 아닌 꽃가루, 먼지, 찬 공기, 복숭아, 쇠 등에 대해서 면역기능을 과하게 발동시키는 상태인 것이다. 현재에 와서는 조금 새로운 얘기가 나왔다. 면역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면역의 반응과 염증을 관리하는 면역의 반응이 다르다는 얘기인데, .... 너무 깊게 들어가면 재미없다.

자신이 있는 경우는 과잉방어를 하지 않는다. 즉 몸 안의 상태가 안정되어 있으면 알레르기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한방에서 말하는 '허(虛)한 것을 보(補)'하는 것이고, 면역력을 키워준다는 의미이고, 한방의 알레르기 치료원칙이다. 몸 안의 균형을 잡아주고, 외부의 환경에 대처할 수 있도록 기(氣)를 길러준다. 이러면 낫는다.
간단해 보이지만, 사람마다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그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대개 알레르기성 비염의 경우는 6개월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아이는 아토피성 피부염이었다. 아토피성 피부염도 알레르기와 거의 같은 과정으로 발생한다고 보면 된다. 나름대로 충분히, 이해되도록 설명을 하고 진료를 마쳤다.
그리고 손자를 이끌고 밖으로 나가시는 할머니께 최대한 공손히 말씀드렸다.

"아르레기가 아니고.......... 알레르기예요."

 

"............ 아 글씨 아르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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