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

산후풍 (2010.11)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6 14:59
조회
3611

산후풍(産後風)


 

평소에 잘 보지 못하는 TV에 손이 갔다.

일요스페셜이라는데 산후풍(産後風)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이번엔 산후풍(産後風)에 대한 방송을 보면서, 환자들에게 했던 설명을 떠올리며 글을 적는다.

 

여자는 위대하다!

밥을 많이 먹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남자가 겪지 못할 커다란 시련을 이겨낸다는 뜻이다.

에덴동산에서 금지된 율법을 어긴 형벌로 지워진 잉태가 그것이다. 그 과정을 설명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산후풍에 대한 개념이 올 것 같아서 그렇게 얘기를 시작하련다.

 

1. 임신

여자가 아이를 갖는 순간 여자의 몸은 모든 신체적 시스템이 임신을 유지하는 ‘모드’로 전환된다. 태아가 안전하게 뱃속에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섭취한 모든 영양분을 선별해서 제일 좋은 것들로 추려서 아이에게 먼저 공급하도록 한다.

그리고 여자의 몸은 그 나머지를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그러니 모성의 발현은 임신과 함께 신체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태아가 자라면서 엄마 뱃속의 모든 장기들이 압박을 받는다. 본인의 손바닥을 살짝 구부려놓은 크기의 자궁이 500배 이상 커져가는 것이니 그 비좁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소화도, 호흡도, 배설도 전과는 다르게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 무게 또한 만만치 않아 허리와 다리에 주는 부담도 상당하다.

몇 년 전 ‘산모체험’이라는 행사가 있었다고 한다. 참가한 남편들이 10kg의 포대를 허리에 묶고 얼마간 생활해보는 시도였다는데, 경험한 남편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힘들었다고 소개한 신문기사도 있었다.

또한 팽창되는 복부를 감당하기위한 피부의 부담도 엄청나서 살이 쩍쩍 갈라지는 ‘튼살’이 나타나기도 한다.

임신 말기가 될수록 자라나는 태아로 인한 내부 장기들의 압박이 심해져서 눕는 자세도 편하지 못하게 되고, 그 무게가 10~15kg 이상이 되니 중심을 잡기도 어려워진다.

 

2. 출산

출산은, 힘든 임신의 과정을 탈 없이 보낸 뒤에 오는 수고로움의 ‘하이라이트’이다.

출산의 시기가 임박하면 몸의 모든 시스템이 ‘출산모드’로 전환된다.

이 ‘출산모드’에서는 호르몬의 변화, 골격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내가 주목하는 것은 골격의 변화이다.

아이가 밖으로 나오는 통로인 골반의 공간은 수월한 출산을 위해 넓어져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치골결합이라고 하는 생식기 윗부분의 뼈 결합이 느슨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느슨해지는 상황이 단순히 치골결합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엄마 몸의 모든 골격 구조가 느슨해지게 되는 것이다. 각 관절들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두개골의 결합마저도 느슨해져서 치아까지도 들뜨게 된다.(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기도 한다.)

그다음 많은 양의 양수가 빠져나오고 출혈이 되면서 평균 3kg이 넘는 아이가 힘겨운 고통과 함께 빠져나오는 것이다.

 

3. 출산 후

이제 엄마의 몸은 ‘회복과 육아의 모드’로 전환된다.

엄청나게 부풀었던 자궁이 수축되고, 뼈들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젖이 나오기 시작한다.

젖 역시 엄마의 몸 중에서 가장 좋은 것들을 원료로 만들어지고, 엄마의 몸은 그 나머지로 생활하게 된다. 그래서 젖을 한 번 빨리면 기운이 쭈욱 빠진다고 표현하는 엄마들도 많다. 그리고 자궁과 뼈가 제자리로 돌아오는데 대개 3개월 이상 걸린다.(이것이 산후 조리 기간이다.)

임신의 성립도, 임신의 유지도, 출산도, 산후 회복도 괴롭고 힘들 수밖에 없는 과정이다. 그러므로 신체적으로 온전하지 못했던 부분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고, 그 회복까지에 쏟아야 하는 정성과 노력이 많아야만 한다.

단단하게 연결되어있는 관절은 병이 잘 침범하지 못한다. 하지만 느슨해져 있는 관절은 작은 변화에도 쉽게 손상을 받는다.

더구나 출산 후라면 체력마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요사이의 주거 생활환경은 웰빙(Well-being)과는 동떨어진 열악한 환경들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병들이 약해진 부위에 파고든다.

사람마다 약한 부분이 다르고, 손상을 받는 부위가 다르다. 그래서 증상들이 비슷한 것도 많지만 다양하기도 하다.

그러한 것들을 통틀어서 ‘산후풍(産後風)’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상이 임신과 출산과 산후풍에 대한 정리이다.

 

일반적으로 산후에 사용되는 한약은 다른 특이한 증상이나 질병이 없는 경우 두 단계를 거쳐 사용된다.

1단계는 출산 후 엄마 몸에 남아있는 임신 부산물을 정리하고 배출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고,

2단계는 다 정리된 몸을 보해주는 것이다.

산모가 처한 상황, 신체적인 조건이나 건강한 정도 등을 따져서 투약의 기간이나 양을 정하는 것이지 무조건 조리기간인 3개월간 복용하는 것은 아니다.

 

백일은,

아이에게만이 아니라 엄마에게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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