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칼럼

죽은 어떨까요? (2010.04)

작성자
cloudstream
작성일
2018-10-16 12:14
조회
3153

죽은 어떨까요?


얼마 전 인터넷에 돌던 우스갯소리 하나.

한 선비가 길을 가는데, 한 여인이 나무 밑에 죽 한 사발을 떠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기원하고 있더란다.

“무얼 하고 계신 거요?”

“낭군이 과거시험을 보러 한양에 갔는데, 급제를 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형편이 좋지 않은가보오. 그런 큰일을 빌면서 겨우 죽 한 사발이오?”

“옛말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기에…….”

그냥 실없이 떠오른 이야기이다.

흔히 죽은 소화기관이 약해졌을 때 보양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밥 대신 죽은 안 되는 걸까?

죽은 쌀에 물을 많이 넣고 끓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밥을 짓는 방법과 동일하게 조리한 식품이다. 다만 고체(固體)라기보다는 액체(液體)에 가까우므로 치아가 저작하는 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일명 유동식(流動食)이다.

저작(詛嚼)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 동작이다.

첫째는 음식물을 잘게 부수어 타액(唾液: 침)과 섞임으로써 소화를 돕는 것이다. 소화의 첫 단계라고 말하기도 한다. 단단하거나 큰 음식물을 뱃속에 있는 소화기관이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서 타액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의 소화효소가 작용을 시작하는 것이다. 치아가 부실한 노인이나 치과치료를 받는 중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이에 대한 반증이 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찌 보면 이게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치아끼리 부딪히는 작은 충격들이 뇌를 자극하여 뇌의 활동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 아침에 씹는 것을 시작하면 뇌의 활동이 깨어나는 효과를 얻는다. 잘 씹지 않으면 뇌가 자극을 적게 받는다. 그리고 치아가 자리하는 턱뼈가 많이 발달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이가 제자리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니 제대로 서있지 못하고 삐딱하게 건들거리는 치아가 생기게 된다.

한때 유행했던 ‘V라인’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죽이 밥 대신이 되느냐 마느냐?

충분히 씹어 먹을 수 있다면 죽도 괜찮을 수 있다.

그렇지만, 치아가 밥을 씹기에 충분할 정도로 튼튼하다면,

먹는 맛을 생각해봐도

밥이 낫지 않을까?

* 떡은 어떨까?

떡은 쌀을 가루 내어 밥보다 조밀(稠密)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 소화가 밥보다 안 되는 단점이 있다.
반찬들과 어우러지며 입안에서 다양한 맛을 주는 밥이 더 낫지 않을까?

경희보명한의원 | 대표자: 이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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